키카이 섬의 서쪽 해안에 위치한 아라키 마을. 태평양을 마주하고 있는 이 작은 마을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5년, 미군의 상륙작전으로 치열한 지상전이 벌어진 곳입니다. 아직도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는 아라키를 찾아가 조용한 기도탑 앞에서 전사자들을 위한 안식의 마음을 새롭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?
마을 입구에 서 있는 '간부대 2번 기 운난 기도탑'은 이 곳에서 목숨을 잃은 일본 병사의 영령을 모신 기도탑입니다. 바람에 스치는 새소리는 한때 이 곳에서 싸운 많은 목숨의 부름과 어우러지는 것 같습니다. 기도탑 주변을 걷다보면, 살그락전쟁의 흔적이 남은 바위턱에 마주칠지도 모릅니다.
아라키의 깊은 곳에 있는 작은 언덕에서, 먼 저편 태평양에 묻히는 일몰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. 마치 전장을 연상케하는 풍경에, 일몰과 함께 밤의 장엄함이 내리면, 전사자의 영혼이 날아내려오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에 감싸이게 됩니다. 여기서 전쟁의 불길에 휩싸인 분들에 대한 감사와 애도의 마음을 새롭게 해보는 건 어떨까요?
키카이 섬의 깊은 자연에 둘러싸인 아라키 마을은 전쟁의 역사를 현재로 전하는, 조용한 기도의 곳입니다. 전쟁의 기억을 안고, 이 장소에서의 사색을 통해 평화로운 바람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.